‘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에 특수조건을 부가하여 제한한 사례 (국가계약법) | 2011나75203 한국토지주택공사 LH (1)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원고, 상고인 경남기업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류용호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오늘 담당변호사 최종갑 외 9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2. 7. 10. 선고 2011나7520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제2점에 관하여

가.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19조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제조·용역 기타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의 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8. 2. 29. 대통령령 제207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4조 제1항 전문(전문)은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법 제19조의 규정에 의하여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90일 이상 경과하고 동시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때에는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규정한 후, 


각 호에서 입찰일을 기준일로 하여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산출된 품목조정률이나 지수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를 계약금액의 조정이 이루어지는 날로 정하였다. 


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8. 12. 31. 대통령령 제21202호로 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된 것, 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이라 한다)은 제64조 제7항으로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환율변동을 원인으로 하여 제1항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요건이 성립된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는 규정을 신설하였고, 


위 규정은 부칙 제2조에 따라 이 영 시행 당시 이행 중인 계약으로서 이 영 시행 전에 환율변동을 원인으로 계약금액 조정요건이 성립된 경우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09. 3. 5. 기획재정부령 제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74조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하여 품목조정률과 이에 관련된 등락폭, 등락률의 산정방식 및 지수조정률 산정방식, 그리고 이를 적용한 조정금액의 산출방식, 선금을 지급한 경우 공제금액의 산출방식을 규정하였다.


그런데 국가계약법령은 그와 다른 내용으로 체결된 계약의 효력에 관하여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이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인 공기업이 일방 당사자가 되는 계약(이하 편의상 '공공계약'이라 한다)은 국가 또는 공기업(이하 '국가 등'이라 한다)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사법)상의 계약으로서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고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하여야 하는 등(국가계약법 제5조 제1항)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비롯한 사법의 원리가 원칙적으로 적용된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 참조).



한편 국가계약법상 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은 계약상대자가 계약 당시에 예측하지 못한 물가의 변동으로 계약이행을 포기하거나 그 내용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여 공공계약의 목적 달성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공계약의 특성상 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 품목 또는 비목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한 경우 계약담당자 등으로 하여금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내용을 공공계약에 반영하게 함으로써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뜻도 있다.



따라서 계약담당자 등은 위 규정의 취지에 배치되지 않는 한 개별 계약의 구체적 특성, 계약이행에 필요한 물품의 가격 추이 및 수급 상황, 환율 변동의 위험성, 정책적 필요성, 경제적 변동에 따른 위험의 합리적 분배 등을 고려하여 계약상대자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 품목 등의 가격은 상승할 수도 있지만 하락할 수도 있는데, 공공계약에서 위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약을 한 후 계약상대자가 이를 신뢰하고 환 헤징(hedging) 등 물가변동의 위험을 회피하려고 조치하였음에도 이후 물가 하락을 이유로 국가 등이 계약금액의 감액조정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계약상대자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점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위와 같은 공공계약의 성격,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위 규정은 국가 등이 사인과의 계약관계를 공정하고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계약담당자 등이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데에 그칠 뿐이고,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그러한 계약 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이 아니다.



다만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국가계약법령 및 관계 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공계약에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어떠한 특약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특약이 계약상대자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정함으로써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인지는 그 특약에 의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다15695 판결,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206270, 206287 판결 참조).



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환율변동을 포함한 물가변동의 경우에도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기로 한 이 사건 공사계약특수조건(Ⅱ) 제15조(이하 '이 사건 특약'이라 한다)가 국가계약법 제19조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거나 거래관행에 비추어 합리성을 현저히 상실하여 정의나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공사계약특수조건에 회계규칙, 공사 관계 법령 및 이 조건에 의한 계약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내용이 있는 경우 특수조건의 내용은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 이 사건 도급계약의 공사계약일반조건 제3조 제3항을 위반하여 원고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들은 2007. 4. 16. 아산배방지구 집단에너지시설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기로 하는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도급계약의 내용에 포함된 이 사건 특약은 "입찰예정금액 중 국외업체와 계약하는 부분(이하 '국외 공급분'이라 한다)과 관련된 금액은 계약기간 중의 물가변동을 고려한 금액으로서 물가조정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필요하지 아니한 고정불변금액이므로, 입찰자는 입찰 전에 전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물가변동(환율변동 등)을 감안하여 입찰금액을 작성하여야 하고, 국외 공급분의 계약금액 고정에 대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였다. 


위와 같은 내용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6개월 전에 개최된 현장설명회에서 원고들을 비롯한 참가기업들에 배부된 입찰안내서에도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3) 원고들은 장기간의 대형설비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많은 1군 건설업체로서 피고가 배부한 입찰안내서를 검토하여 위 조건을 포함한 계약조건을 잘 알면서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4) 원고들은 2007. 6.경 국외업체인 지멘스(SIEMENS)로부터 가스터빈을 매수하고 매매대금으로 스웨덴화 274,530,117크로나를 지급하였고, 2008. 1.경 국외업체인 에스.엔.엠(S. N. M)으로부터 스팀터빈을 매수하고 매매대금으로 일본화 623,278,000엔을 지급하였다.


(5) 원고 경남기업 주식회사는 2008년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환율이 상승하자 2009. 5. 7. 이 사건 도급계약의 계약금액 조정을 요청하였으나 이 사건 특약을 이유로 거절당하였다.


(6)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계약금액이 고정된 국외 공급분의 예상 구입 및 설치금액은 전체 계약금액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였고,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는 수차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이루어졌다.


(7)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의 공사계약특수조건(Ⅱ)에서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의 공급업체의 범위를 제시하였을 뿐 결제통화를 특정하지는 아니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은 외국기업과 스웨덴국 크로나화 및 일본국 엔화를 결제통화로 정하여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도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국가계약법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규정의 효력과 위 공사계약 일반조건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특약이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을 정하고 있는 약관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도급계약이 불공정한지는 계약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일인 2007. 4. 16.에는 2008년경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크로나화와 엔화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


(3)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원고들이 환차익 상당의 이득을 얻을 수도 있었다.


나.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불공정약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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